본문 바로가기
Space/하드SF

우주에서 레이저의 사용효과

by hydrogendeuteride 2021. 6. 27.

sf소설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빈도는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음.

일반적인 행성 간 이동 방법은 호만 전이 궤도를 형성하는 방법임. 이 방법은 다른 행성으로 가는 방법 중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 화학 로켓을 사용한다면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 그 외 다른 방법은 화학 로켓으로는 불가능함.


호만 전이 궤도를 사용하는 SF소설은 매우 사실적이겠지만 진행도 매우 느려질거임.  화성 가는데만 9개월이 걸리고 목성 가는 데에는 6년 걸림.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외교적으로 끝나 있을 거임.

그래서 SF작가들은 더 강력하고 더 연비가 좋은(연료 배출 속력이 빠른) 로켓을 생각해내야 함.

문제는 두 개를 모두 만족시키는 엔진은 만들기 어려움.
우주선의 DeltaV(가속 가능한 속도) = 연료배출속력 * ln(우주선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율)
이고
로켓 엔진의 출력 = (연료배출속력 * 추력) /2

인데
로켓 엔진의 출력이 일정하다면 연료 배출 속력과 추력은 반비례 관계임.  하나를 높이면 하나를 줄일 수밖에 없음.
일단 공돌이를 갈아 넣어서 추력도 좋고 배기 속력도 빠른 로켓을 만들었다고 치자


이제 호만 트랜스퍼 대신 Brachistochrone transfer(brachistochrone = 최속강하선)이란 방식을 쓸 거임.



이 방법을 사용하는 우주선은 추력(추중비)이 너무 세고 속도가 빨라서 호만 전이 같은 곡선 궤도가 아니라  거의 직선으로 사실상 중력을 무시하면서 갈 수 있음.  우주선은 대충 중간 지점까지 엔진을 켜고 가다가 180도 회전해서 감속하면 목적지에 도착함. 이렇게 갈 수 있는 우주선을 torchship라고 부름.


배출 속력이 30km/s고 질량비가 5(우주선 100톤, 연료 500톤), 추력이 333kn인(엔진 출력 5GW) 50km/s deltaV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은 0.66m/s^2의 가속력을 낼 수 있음.(이 정도로는 태양의 중력을 무시할 수는 없음) 가스 코어 원자로를 쓰는 핵추진 로켓이나 핵융합 우주선이 대략 이 정도가 될 거임.

이 우주선은 7시간 정도 엔진을 가동하면 절반인 25km/s에 도달함 이 속도로 27일이면 화성에 도착할 수 있음.

더 좋은 엔진을 쓴다면 일주일 만에 가는 것도 가능함.

이 정도로 강력한 엔진을 쓴다면 그 엔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전력도 꽤 많을 거임  굳이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리지 않더라도 강력한 추진기관을 가진 우주선은 그 자체로 위험한 무기임. 초속 30km쯤 되면 그냥 로켓으로 박아도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나옴.

엔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얼마나 전기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되는데 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 원자로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곧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100%의 전기 에너지를(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전기 에너지 중에서) 사용할 수 있겠지만 화학 로켓 같은 열기관인 경우 많이 뽑아낸다면 절반 정도의 전기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음.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이 다 레이저의 출력이 얼마나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해 줌. 레이저의 효율도 따져봐야 되는데 요즘 나오는 레이저들은 에너지 효율이 최대 30% 정도고 자유전자 레이저나 고체 레이저 같은 것은 60~80% 정도임.


그러면 레이저로 돌릴 수 있는 에너지는 0.1~20% 정도 됨

 

우주 전투에서는 두 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함

-가속력

-교전 거리

 

가속력은 적의 공격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예측 사격을 불가능하게 함) 교전 거리는 어디서부터 적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를 나타냄.

 

가속력이 좋다면 거리가 멀수록 더 회피를 많이 할 수 있으므로 교전 거리가 더 짧아짐. 적의 교전 거리가 더 길다면 회피기동을 하면서 적에게 더 가까이 가서 싸울 수 있고, 적의 교전 거리가 더 짧다면 추격해서 따라잡을 수도 있음. 결론을 내 보자면 우주 전투에서는 가속력이 중요함.

 

문제는 레이저임.

 

엔진 출력에서 나오는 레이저는 너무 강력해서 교전 거리가 지나치게 증가함.

레이저가 표적에 닿았을 때 생기는 점이 가질 수 있는 최소 지름은

지름 = 1.22 * 표적까지의 거리 * 파장 / 렌즈 지름

인데 이 점에 집중되는 빛의 세기는

빛의 세기 = 레이저 빔 출력 / (지름/2)^2 * pi

한 점에 집중되는 빛의 세기를 키우고 싶다면 파장을 최대한 줄이고(100nm자외선 대역까지), 렌즈 지름을 최대한 키우면 됨.

 

이제 우주선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아보겠음

 

위에서 만든 5GW짜리 로켓 엔진이 있음.

레이저 빔의 출력은 150MW, 파장 100nm, 렌즈 지름 10m, 점의 지름 = 0.61mm(1000km)

이고

표적이 알루미늄(10cm^3/mol, 300kJ/mol)이면

1000km에서 1초에 114mm을 관통할 수 있음. 우주선은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두께의 장갑을 두르면 deltaV를 꽤 많이 희생해야 됨.

계산방법: https://web.archive.org/web/20160416230649/http://www.5596.org/cgi-bin/laser.php

빛의 속력이 299792km/s이고 이 우주선의 평균 가속력이 1.5m/s^2니까 사실상 회피할 수 없음. 10만 km을 기준으로 해서 계산해보면 0.33초면 오는데 (1.5 * 0.33^2) / 2 해봐야 몇 미터도 안됨.

 

이렇게 된다면 우주 전쟁은 아주 지루한 공성전이 될 것임. 우주선은 무인화돼서 인간이 타지도 않을 거고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일 수도 있음.

 

아래쪽에 더 쓰겠지만 위의 계산은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았음.

레이저 빔은 회절의 영향을 받아서 빔의 출력이 사방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레이저 내부의 부품들이(렌즈, 거울 등) 가열되어서 열팽창 때문에 레이저가 한 점에 집중되지 못하기도 하고, 거울이나 렌즈의 가공 정밀도도 고려해야 함.

 

앞에서도 말했지만 로켓 엔진에서 전기 에너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엔진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음. 오리온 프로젝트 같은 핵 펄스 추진 로켓이나 열핵 로켓, 화학 로켓 같은 엔진들은 배기가스가 이온화되지 않아서 따로 발전기를 설치해야 함. 발전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사용 가능한 전기 에너지가 천분의 일 이렇게 줄어들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함.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도 없진 않음. 지나치게 넓어진 레이저 빔을 다시 집중해줄 수 있는 거울 드론을 날린다면 사거리를 더 늘릴 수 있고 행성 뒤에 숨은 적을 타격할 수도 있음.

적이 아군의 레이저를 쏠 것에 대비해서 레이저에 셔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음. 이런 장치를 사용하면 우주전이 훨씬 더 복잡해질 수도 있음.

 

종합해보면 근미래에 레이저 무기가 쓰이더라도 전투는 대략 1000km에서 벌어진다 라고 할 수 있음.

댓글